영국, 그리고 브렉시트
영국, 그리고 브렉시트
  • 편집인
  • 승인 2019.10.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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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일화 하나로 영국에서 한 세대 전에 우리 유학생을 만난 노파가 어느 나라서 왔느냐고 물어보자 한국이라 하니 모르는 나라인데 언제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느냐고 반문해서 그런 적 없다고 하니 그러면 영국이 관심을 두지 않는 별 볼 일 없는 나라인가 보다라고 해서 황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영국 사람들은 자기 조국이 해가 지지 않는다는 대제국의 추억을 아직도 내면에 지니고 있다. 또한, 영국사람(미국민도 포함해서)은 우리나 유럽 대륙 사람들보다는 누가 입법을 하고 집행을 하며 무엇이 법인지 판단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관할권(jurisdiction)을 자신이 행사하지 못하는 데 대해 극단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신의 일반 신민들도 외국 주재국의 관할권을 배제하는 영사재판권을 보장하려 했고 미국은 주둔 군대와 관련한 SOFA를 통해 이런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런 나라가 트로이 목마라는 드골 대통령의 비아냥을 들어가면서도 1973년에 가입한 이래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인권, 사법, 등 제반 분야에 대해 나날이 강화되는 EU의 대 회원국 관련 입법, 행정 및 재판 관할권을 견디어온 세월이 자신의 주권과 관할권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멘털러티에서 보면 대단한 것이었다. 영국은, 19세기까지 유럽 이원에 역사상 유례 없는 거대 식민제국을 건설하였지만, 유럽 본토의 문제에는 영국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 패권의 대두를 방지하는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개입하고 기본적으로 소위 ‘위대한 고립’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적화해온 성공적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나 그러한 대영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제 영국이 지난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한 EU 탈퇴, 소위 브렉시트가, 더 이상 탈퇴 조건을 위한 협상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 이상, 이달 말로 실현되게 되는 초읽기에 몰려있어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파의 핵심인 보리스 존스 영국수상은 이달 말을 기점으로 브렉시트를 완료하고 쟁점이 되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세관 조치에 관련해 소프트한 규제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하여 협상 중에 있으나, 1998년 오랜 북아일랜드 폭력 사태를 종식하는데 기여한 벨파스트 협정에 기초해 인정되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와의 결합성과 EU 단일시장 잔류와 배치되는 소지가 있는 관계로 지난주까지도 타결되지 못하고 현재에도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존슨 수상은 아일랜드와 EU 전체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강경한 EU 탈퇴파와 영의회 내 포진한 북아일랜드 친영 신교도 의원들의 북아일랜드의 영토적 지위에 관한 강경한 보수적 의견을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이중삼중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연이은 정치적 실책으로 원내 소수 정권으로 전락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만약 브렉시트가 다시 연기되고 현재 압력을 받고 있는 사퇴 내지 조기 총선으로 이어진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천재일우의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는 이번에 어떤 경우에도 탈퇴 협정을 통해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고자 할 것이다.

핵심쟁점인 북아일랜드 문제는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전체 영국 영토의 일체성을 저해하지 아니하면서 EU 단일시장의 혜택을 계속 부여하는지가 핵심인데 테레사 메이 수상 재임 중 소위 안전망(Backstop)을 통해 북아일랜드의 단일시장 잔류를 보장하려다 영국의 북아일랜드 주권의 포기로 비판받아 의회 동의 획득에 실패한 바가 있기 때문에 존슨 수상은 국경을 설치하지 않지만, 통관 체크는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기술적 방안을 제안했으나, EU 측을 설득하지 못해 현재 결국 관세선을 영국 본토 섬과 아일랜드섬으로 후퇴하는 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 원래 메이 수상의 제안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법률적(de jure) 관세국경선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있지만 사실상(de facto) 관세선은 양 섬 사이로 후퇴시키는 방안을 수락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만약 이를 통해 탈퇴 협정이 브뤼셀에서 타결된다면 탈퇴 협정에 규정된 대로 새로운 영국/EU 간 자유무역협정이 교섭되는 잠정기간(약 1~2년) 중에는 기존 무역 및 금융 관련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어 브렉시트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세관 행정이 양 아일랜드 국경에서 이루어지든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에 존재하던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세관이 부산항에 있던 경기도 의왕에 있든 결국 해당 국가의 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벨파스트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이라고도 함)에서 자신의 영토 일부에 대해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만큼 영국은 세관 행정의 포괄성은 자신의 판단과 조치로 가능하며 많은 국가들이 일부 지역을 자유무역 내지 자유투자 지역으로 개방하고 있는 것과 같이 외교 정책적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데 명분에 집착하여 대세를 그르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이제 영국은 홀로 비 내리는 우중충한 런던의 거리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마치 제임스 딘의 뉴욕 5번가를 쓸쓸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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